성공스토리[서울런4050] New-Up(業)의 발견 - 인생의 퍼즐을 찾아가는 자아탐험가 DHP 파트너 정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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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직장은 어떤 곳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월급을 많이 주는 회사, 복지가 좋은 회사, 이름이 알려진 회사 등을 떠올립니다. 꿈의 직장이란 꿈에서나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냐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저는 꿈의 직장이란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먼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아야 합니다. 그 길은 쉽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이 생긴다면 더 어려운 길이 되겠지요.


모두가 꿈꾸는 대기업을 나와서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은 분이 있습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용기 있는 탐색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평생 가져갈 미션을 찾은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 부 대표, 정재호 님을 만났습니다.



자아 탐험가: 
내 안의 나를 꾸준히 찾아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실천하고 변화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며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연결 및 사회적 지원 활동을 통해 삶의 방향을 창조적으로 고민 하는 사람.




취향의 탐색 : 바깥세상을 향한 시선 그리고 도전을 위한 변화


“지금은 스타트업 키우는 일을 하고 있어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정확하게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라는 표현을 씁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고려대 경영대 겸임 교수로 스타트업 보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 커리어의 대부분은 SK텔레콤에서 보냈어요. 전형적인 사원-대리-과장-차·부장 트랙을 거쳤고 신규사업부서에서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일을 했어요. PC 통신인 NETSGO 서비스와 핀테크 사업을 거쳐 11번가를 런칭했어요. 이때 일을 잘했다고 고려대 MBA를 보내줘서 1년 반 다녔고, 헬스케어 사업을 하다가 퇴사 했죠. 다 합치면 15년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그 안에서 돈도 모으고 일도 배우고, 가정도 꾸리고, 지금 하는 일의 인적 네트워크도 얻었고 저한테는 학교 같은 곳이죠.


그런데 중년이 되니 지금 안주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 머릿속의 선택지는 세 가지였어요. 첫 번째는 사원부터 올라갔으니 더 치열하게 경쟁해서 임원이 되어보겠다. 롤 모델로 생각했던 선배 임원들 모습에서 찾은 건데 해볼만한 의미 있고 멋진 일인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임원이 안 돼도 내가 할 수 있는 기여를 하며 정년을 채우는 방법. 라이프 스타일로 보면 사실 제일 부러워요. 다만 저는 아쉽게도 둘 다 ‘아니다’라는 결론이 나왔어요. 나가서 자유롭게, 내 이름을 걸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갈 방법이 있을 거라 여겼고 2015년부터는 생각이 그쪽으로 많이 기울었죠. 제가 계속해서 새로운 걸 찾아야 희열을 느끼는 성격이기도 하고 동경하던 사람들은 모두 바깥 세상에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이었거든요.

 

거슬러 올라가면 회사를 나오기 2~3년전부터 바깥 세상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바깥 세상의 핵심은 바닥부터 업을 이룬 창업자,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관심을 갖게 만든 것도 SK텔레콤이었죠.

당시 회사에서는 사회적 기업, Pro Bono(‘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의 라틴어 ‘pro bono publico’에서 비롯된 용어) 활동을 장려했어요. 다들 귀찮고 할 일이 많으니 잘 안하는데 저는 정말 열심히 해서 상도 받았어요. 또 신규사업 부서이다 보니 다른 회사의 파운더(창업자)와 임원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사업을 어떻게 읽는지를 보면서 동경도 생겼고요. 그런 분들을 옆에서 지원하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었죠. 마지막 하나 남은 기준은 회사를 나갔을 때 밥을 굶을 것인가? 그렇진 않을 것 같았어요. 단지 연봉이 많이 줄겠죠. 


연봉과 안정을 포기할 수 있겠다는 결심이 서고 실제 나오기까지는 6개월이 걸렸어요. 2015년 3월 SK텔레콤에서 실시한 희망퇴직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죠. 게다가 일이 되려니 그랬는지 그 때, 스타트업 업계 지인과 우연히 연락이 됐고 사람이 필요한 자리가 여전히 비어있다고 해서 10초 고민하고 제가 지원했어요. 퇴사 신청부터 행정 처리까지 대략 3~4일? 그 안에 모든 걸 해치웠죠. 연봉이 반 이하로 줄어드는 상황이라 아내가 많이 놀랐지만 당시 맞벌이였기에 양해를 구했고 퇴직금으로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회와 금전적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새 회사에서 3년 일하고 건강이 안좋아졌어요. 운동도 하고 스스로 잘 관리한다고 착각했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봐요. 직장생활 하는 분들은 다 겪는 일이죠. 창업한 분들은 더 심하실 거고요. 이때 제 인생이 좀 바뀌었어요. 뭐라도 할 수 있을 자신감이 넘치는데 정작 내 관리는 안 하고 살았구나.

그래서 그 시점에 다시 새로운 결정을 했어요. 15년간 대기업에서 여러 가지 해봤고 스타트업 생태계도 눈에 보이기 시작하니 이제는 나를 탐색하는 시간을 갖자. 고군분투하며 앞만 보고 달렸으니 쉬는 걸 해보자. 1년간 갭이어(Gap year)를 갖기로 했죠. 놀랍게도 아내가 더 즐거워했어요. 대기업 뛰쳐나올 때는 엄청나게 불안해 했었는데 그동안 지켜보니 어떻게든 될 거라 생각했나 봐요.”





인생에서 무언가에 대해 의미를 주는 건 장소가 아니라 사람 (G.버거)


벤처캐피탈을 다닌 3년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어요. 제가 명함 앱을 썼는데 3년 지나니 명함이 3천 장 쌓여 있더라고요. 3분의 2 정도는 파운더들이고 나머지는 생태계에 있는 분들, 투자하는 분들이겠죠.

대기업에서 오래 일한 분들은 회사안에서만 열심히 일해도 큰 문제가 없지만 저는 바깥 세상에 관심을 가지면서 외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회사를 나갔을 때는 고맙게도 구체적인 도움과 상관없이 저의 선택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이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제가 대인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었지요. 저는 원래 내향적이기도 하고 이기적인 부분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인간관계가 나의 장점이라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리고 거짓말처럼 이때 MBA 당시 지도 교수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제가 FA라는 소문이 났나 봐요. 9월 1일부로 임용 계약이 돼 여름 동안 진짜 신나게 놀았어요. 풀 타임은 아니지만 갈 자리가 확실 하니까. 게다가 스타트업이란 특성이 그린필드에서 시작하는 건데 학교는 빠질 수 없는 그린필드고, 젊은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나의 미션을 실행할 바닥이 준비된 거죠.


‘나는 왜 대학을 졸업할 때 내 손으로 뭔가 해볼 생각을 안 했을까?’


제가 취업할 때는 IMF외환위기가 터졌을 때라 빨리 스펙 만들어 대기업에 들어가자는 분위기였어요. 그 커리어도 좋죠. 저는 학교에 있는 학생들한테도 그렇게 이야기해요. 하지만 15년씩 다닐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다. 본인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 매출을 내고 작은 인원이지만 고용을 창출하는 선택지가 그린필드부터 있어야 된다. 그 생각을 머릿속에 하고 있었는데 제가 다녔던 대학원의 지도 교수님이 와서 '같이 해보지 않을래?' 하신 거죠.

 

수업을 하기 위한 자리는 아니었고 팀들을 직접 보육하는 역할이에요. 내가 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제가 계속 창업자나 스타트업을 이야기 했잖아요.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은 ‘나의 고객이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명확하게 답을 할 수 있으면 절반의 문제가 해결되는데 제 고객은 창업자고 스타트업이에요. 벤처캐피탈에서도 마찬가지였고 SK텔레콤 막바지 제 인생에 전환점이 되었던 것도 결국은 현장에서 창업하고 그 업을 하는 사람, 제 고객이었죠. 고려대 스타트업 연구원을 갔더니 초롱초롱한 눈빛을 한 제 고객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자문을 해달라는 곳이 몇 군데 생겼어요. 놀랍게도 저를 위한 명함을 만들어 놓은 회사도 있었어요. 1년을 학교에 나가면서 자문해 주고, 평소 이야기만 하던 분들과 여러 가지를 해보면서 너무 즐겁게 보냈어요. 수입은 더 줄었지만 시간과 자유, 내 몸을 돌볼 계기를 얻었죠.”




나의 미션은 스타트업


“모든 창업 동기에는 무엇인가가 있어요. ‘대박 낼 거예요.’ ‘유니콘 기업이 될 거예요.’ 좋은 동기죠. 꿈을 가지고 갈 수 있으니까. 하지만 ‘왜?’라는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들어보세요. 어떤 팀이든 그들만의 문제 인식을 가지고 있죠.

과거 60년대 창업해서 지금 대기업이 된 분들은 ‘고용창출’, ‘부국강병’을 이야기해요. 나와 이웃 사람들이 밥 먹고 살게 하겠다. 당시엔 그게 실질적인 동기인 거죠. 사업 아이템에 대해서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면 뭔가 튀어나와요. 이 분들은 꼬여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에요. 대기업에서 기존에 하던걸 잘 만들어내는 거랑 출발 자체가 다르죠. 저는 그걸 직접 하거나 그런 사람을 돕겠다는 것을 미션으로 삼았어요.”





Q. 스타트업이 중장년층에게도 기회가 된다고 보시나요? 


“그럼요. 저는 청년팀을 도와주는 일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청년을 많이 만나지만 거기서 같이 일했던 임원들은 40대, 50대였어요. 스타트업에는 중장년들이 기여할 부분이 굉장히 많아요. 청년 창업자들은 아무래도 경험이나 네트워크가 부족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런데 나의 지식과 경험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저들과 나눌 것인가.
사실 그 부분에서 가끔 갈등이 생기기도 해요. 그게 제가 영화 <인턴>을 다시 보게 된 계기였고요.

시니어들은 ‘내가 지금까지 한걸 후배들을 위해 베풀어야지.’해요. 맞는 말이에요. 그래야 사회가 발전할거예요. 그런데 ‘베푼다’라는 단어는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떠올려보면 베푼 게 아니거든요. 지식과 경험을 나눴죠. 본인이 먼저 배우려고 노력을 했고요. 그러다 보면 그 조직에 섞여 들어가고 조직의 발전을 이끌고 가거든요. 저도 젊은 대표님들이 하는 걸 지켜보고 도와주는 입장이지 리딩하고 지시하는 건 아니예요.


소통을 말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굉장히 어려워요. 가령 시니어의 말이 맞을 가능성이 꽤 높아요. 비즈니스의 클래식은 바뀌지 않으니까. 그런데 청년들이 그걸 안 해보면 알 수 없겠죠. 저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본인이 체득하게끔 만들어주는 게 멘토라고 생각하는데 저를 포함해서 대부분은 내가 겪은 게 정답이라고 생각을 하고 주입을 하죠. 그러는 순간 절대 뭔가 섞이거나 새로운 일이 일어나지 않아요.”


방향이 정해지면 가는 방법은 바뀔 수 있다.


“시니어들이 직접 창업을 할 수도 있지만 리스크가 크다면 권하지는 않아요. 창업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많은 분들이 저에게 스타트업 업계에 오래 있었으니 여러 네트워크도 생겼고, 직접 해보라고 해요. 하지만 직접 창업이라는 선택지는 확률이 점점 떨어진다고 봐요. 옆에서 봤기 때문에 그 험난한 과정을 내 몸으로 버티면서 간다는 게 자신이 없어요. 대신 누군가 이걸 한다 하면 코-파운더(공동창업자)처럼 도와줄 방법을 알죠. 개인적으로 시니어들은 그 모양이 첫 번째 보다 조금 더 낫지 않을까 해요.


그러려면 코-파운더 중에서도 주인공은 20~30대 청년이에요. 그들을 주인공으로 끌고 간다면 본인을 낮추고 판단이나 선택을 주인공이 하게 해야 돼요. ‘애들이라 뭘 모르네’ 계속 그 마인드라면 본인이 창업하시는 게 맞아요. 본인이 주인공이 되어 일주일에 80시간, 100시간 일하고 본인 체력으로 모든 리스크를 받아들이고. 그런데 아쉽게도 제가 만난 시니어들은 솔직히 체력이 그만큼 안 돼요.


생활을 하려면 각오를 해야하는게 맞죠. 저는 첫 번째가 인적 네트워크라고 보는데, 다만 본인의 스토리와 강점이 명확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해요. 그래서 주고받는게 명확해야 하죠. 저라면 학교마다 있는 창업지원센터를 찾아갈 것 같아요. 가서 본인을 세일즈 하세요. 100% 자원봉사로 도와주는 것부터 하는 방법도 있고요.

두 번째, 엔젤투자도 권해요. 청년 창업주에게 제일 필요한 게 돈과 네트워크 거든요. 작은 금액이라도 직접 내 시간과 돈을 넣고 주인공을 도와주겠다 결심하면 그 다음부터는 많은 게 해결돼요.


한 회사 또는 한 업종에서 10년, 20년 일하신 분들은 누구나 엣지edge가 있어요. 주변의 시니어들을 바라볼 때 제일 안타까운 건 그걸 점차 잊어버린다는 거예요. 다 가지고 있고, 다 해본 일인데 본인이 위축돼 그걸 모르고 지내요. 특정 시점에서 더 이상 못 올라가면 본인을 패배자라고 느끼죠. 사회나 주변의 여러 가지 문화가 그렇게 만든 거예요. 심한 말로 저는 가스라이팅 사회라고 해요. 연봉을 얼마 받아야 성공한 거고, 여기서 낮추는 건 실패로 느껴지죠. 두 가지만 생각하세요. 첫 번째는 ‘내가 뭘 잘하지?’, 두 번째는 ‘내가 하는 일로 후배들이나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까?”




정재호 님과 인터뷰를 하면서 작은 조각들로 이루어진 퍼즐이 떠올랐습니다. 누구나 작은 한 조각부터 시작하고 조각이 작다고 함부로 버리지 않습니다. 걸어가는 여러 길과, 길에서 만난 많은 인연들이 정재호 님의 소중한 조각들이겠죠. 퍼즐을 맞추는 정재호 님은 즐거워 보였고 조금씩 만들어지는 그림이 신기했고, 마지막 조각을 끼운 완성품은 어떤 모습일까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나의 엣지를 찾아내고 나의 취향을 스스로 정하는 것. 그 취향이 사회를 향해 열려 있다는건 멋짐에 멋짐을 더하는 일 같습니다. 그 멋짐의 첫 걸음은 바깥의 기준에 나를 맞추지 않고, 나를 낮추지 않는 것이겠죠. 모두 나만의 엣지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인터뷰 및 정리 : 화담,하다 권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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